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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유즈 인 더 시티

Day Use

달리아 로젠펠드(Dalia Rosenfeld)
​김주희

​책 소개

“데이유즈 인 더 시티. 당신의 판타지 실현을 위해 방을 빌려드립니다.”

든든한 남편, 똑똑한 두 딸을 둔 달리아는 의문의 폭발사고로 남편 코비가 죽은 후, 버팀목을 잃은 기분에 무기력증에 빠진다. 친구의 권유로 기분전환 삼아 이탈리아로 여행을 다녀온 후, 전혀 다른 일에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은 달리아. 자신의 집 별채에 데이유즈(객실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유즈 인 더 시티’ 호텔을 차리는데.

막연한 당초 예상과 달리 대학생 커플, 불륜 남녀, 스폰서와 매춘부, 집안 환경에서 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부부까지 데이유즈 호텔을 찾는 이들은 다양하고, 날이면 날마다 성과 관련해 벌어지는 엉뚱한 사건 사고의 연속, 설상가상 살인사건에 연루되기까지?!

한편, 달리아는 남편 코비의 의문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비밀 군사 시설에서 일어난 연쇄 폭발사고에 의심을 품고, 그런 그녀를 찾아와 입막음하는 정보국 직원 길라드. 달리아의 삶은 차츰 뜻밖의 방향으로 굴러간다. 마침내 드러나는 진실, 이스라엘 정부의 핵 개발 추진과정의 이면, 그리고 반전의 결말.

작품 중에서

코비가 죽은 그날도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그날 저녁 코비가 집을 나설 때, 나는 언제나 그랬듯 잘 다녀오라고 인사했다. 코비는 오른손에는 다음날 오전 미팅 때 입을 정장을 들었고, 왼손에는 세면도구, 면도기, 애프터셰이브 로션, 그리고 속옷이 든 가방을 끌고 있었다. 남는 손이 없어서 나를 안아주지 못했다.

나는 코비의 뺨에 잘 다녀오라는 의미로 가볍게 입을 맞추고 “잘 가”라고 했다. “잘 갔다 와”가 아니었다. 마치 잘 가라는 그 말로 내가 운명을 결정지은 것처럼.

잘 가, 다시는 당신을 보지 못할 거야.

코비는 갔다. 그리고 나는 모든 게 예전 같지 않으리라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1장)

 

희미하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모세 갤 교수의 신경을 흐트러뜨렸다. 그는 고개를 홱 쳐들고 돋보기안경을 벗으며 울컥한 것처럼 소리쳤다.

“들어와요!”

그러자 오랜 세월 함께해온 비서 누리트가 머리를 쑥 들이밀었다.

“교수님, 시간 됐어요. 총리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모세 갤 교수는 천천히 일어나 매무새를 다듬었다. 그런 뒤 테이블 위에 흩어진 종이를 잘 모아 낡은 가죽 서류철 안에 넣었다.

긴 복도를 따라 천천히 걸어 총리실 옆의 널찍한 회의실로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총리가 교수 쪽으로 몸을 돌리며 인사했다.

“준비되셨습니까?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지금 오론 작전 진행 중입니다.”

모세 갤 교수는 침착하게 말문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조용히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가 말한 ‘오론 작전’이 무엇인지 총리 외에는 아무도 모르지만, 누구 하나 그게 뭐냐고 묻지 않았다. (2장)

 

“꺄악! 이게 뭐야?!”

탈리가 새털 이불을 확 내던지자 거대한 녹색 물체가 공중을 날아와 뚝 떨어졌다.

나는 깨끗한 시트부터 일단 내려놓고, 바닥에 떨어진 물체를 내려다보았다. 큼지막한 오이였다. 탈리는 놀라서 나를 보며 순진하게 물었다.

“이게 뭐죠? 샐러드를 만들려고 했던 걸까요?”

객실 안에는 다른 음식의 흔적은 전혀 없이, 그저 30센티미터 길이의 거대한 오이만 부끄러운 듯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나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애써 억누르며 탈리에게 말했다.

“가서 라텍스 장갑 가져와. 이걸 맨손으로 만질 생각은 절대 하지 말고.”

장갑을 낀 탈리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오이를 쥔 순간 이크! 오이가 손아귀에서 쑥 빠져나가 방구석으로 날아갔다. 나는 더는 참지 못하고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탈리도 웃기 시작했다. 드디어 알아챈 모양이었다.

“윤활제를 발라놨나 봐요. 방금 제 손에서 쭉 미끄러져 나간 거 보셨어요?”

“그래. 윤활제인지 바디크림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좀 더 쉽게 해보려고 했나 보네.”

뜻밖의 운명을 마주하게 된 방탕한 오이는 수거되어 쓰레기통으로 곱게 던져졌다. 임무 완료.

인간의 검소함의 한계는 어디일까. 창의성에 박수를 보냈다. 바이브레이터 가격이 얼마길래? 하기야, 아무리 낮은 사양이라도 500그램짜리 오이가 훨씬 저렴하겠지. 여차하면 터키식 차지키 소스에 쓸 수도 있고. (5장)

작가 소개

달리아 로젠펠드

작가 달리아 로젠펠드는 이스라엘 내 유대인 정착촌 주민의 9대손이다. 군 복무를 마친 후 기자가 되었고, Beer-Sheva City Theater의 대변인이자 홍보담당자로 일했다. 현재는 극동 아시아에서 보석과 의류를 수입 판매하는 ‘함사’를 운영하는 사업가이자 작가로 바삐 지낸다. <데이유즈 인 더 시티>는 럭셔리 디럭스룸을 시간 단위로 빌려주는 데이유즈 서비스를 작가 본인이 직접 운영해본 경험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사업가인 남편 일라이, 세 아이와 함께 이스라엘에서 살고 있다.

 

역자 김주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통번역학과와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한영과를 졸업하였다. 다년간 순차통역 및 번역을 하였으며, 현재 국제회의통역사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팔로우 미 백> <텔 미 노 라이즈> <상자 속 내 인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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